2022 한의혜민대상 특별상 수상(김수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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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성취보다 아픈 이들과 교감하는 삶이 좋아”
전자공학도로 엔지니어의 삶 살다 늦깎이 한의사로 인생 2막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내년 오사카 풍경 담을 계획

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 창립 124주년·한의신문 창간 55주년 기념식 및
2022년 한의혜민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으로부터 수상 소감을 들어봤다.

“개인적인 연구개발의 성취감을 추구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삶보다 아픈 이들과 교감하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한의사로서의 삶이 좋아 선택한 만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다양한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하다보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습니다.”

‘2022 혜민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수오 늘푸른경희한의원장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 원장은 84학번으로 전자공학과에 입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연구소에서 6년간 근무하다가 94학번으로 한의대에 입학해서 늦깎이 한의사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만성위염과 비염을 내내 달고 지냈습니다. 숱하게 병의원을 드나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는 의료인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내 몸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한의학을 알게 됐고 한의학의 원리에 매료돼 한의사가 됐죠.”

그에게 있어 의료봉사는 보다 어려운 여건에 있는 환자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은 물론, 한의사로 인생 전향을 결심했던 당시의 초심을 일깨워주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가 라오스, 미얀마 등 콤스타 활동을 비롯해 제주 평화대행진, 오사카 재일제주인 한방의료봉사단에 꾸준히 참여해 온 이유다.

◇ 다양한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하셨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환자는?

평소 콤스타의 해외의료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내다가 2015년에 라오스 비엔티엔 지역과 2017년 미얀마 양곤 지역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두 지역 모두 의료여건이 열악한 지역인데다 모처럼의 의료 활동이라 수많은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를 받으러 오셨다. 특히 라오스에서 모든 환자분들이 두 손 모아 감사를 표하는 모습들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특히 병약한 노모를 모시고 먼 길 마다해 방문한 자녀분의 간절한 눈동자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순박한 눈매로 다소곳이 두 손 모으던 어머니와 아들의 순박한 모습은 의료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준다.

◇제주평화대행진 참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제주평화대행진은 십년전부터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서 일주일에 걸쳐 도보로 제주를 한바퀴 순례하는 행사인데, 수년째 한의진료팀을 꾸려서 저녁마다 행진단 숙소로 찾아가 진료해오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된 강정마을 공동체를 위로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행사에 한의사들도 적극 연대하는 모습은 기후위기 시대에 한의계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코로나로 3년 만에 오사카 의료봉사가 재개됐다.

베스트셀러를 드라마화한 ‘파친코’의 배경인 오사카의 한인지역에 계신 재일교포들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해마다 다녀오고 있다.

오사카는 일제 강점기부터 제주에서 정기여객선이 운행한 덕분에 제주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고, 1948년 제주 4.3 당시 군경의 학살을 피해 오사카로 피신한 뒤 70여년 세월을 이국땅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민족차별을 견디며 고향을 위해 애써 일하며 번 돈을 보내주다 이제 팔순이상 노년의 세월을 맞은 어르신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을 꼭 잡아 드렸다.

어쩌면 한두 번의 치료보다도 그간의 힘든 세월을 보내며 그토록 그리던 고향에서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것 자체로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의료봉사를 비롯한 한의사의 사회 참여에 대한 견해는?

한의대에 다니던 중 이른바 한약분쟁으로 인해 전국 모든 한의대생이 유급을 불사할 정도로 한의계가 고군분투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열악한 한의계의 역량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우호적인 여론이 큰 힘이 되었다. 당시에는 민족의학 사수라는 대명제로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한의사들의 참여와 기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주지역에서 한의사로서 의료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려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사진작가로서 사진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제주 4.3 75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오사카에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고운 모습을 사진에 직접 담아드리고 싶다. 수십 년 전 아픔을 안고 떠나 고향을 그리는 당신들에게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사진도 건네 드리고 싶다.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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